괴로우면서도 즐거운
인생이 달콤하다고? 일단 공감보다는 의문이 먼저 들게 된다. ‘a bittersweet life'인데 왜 우리말 제목은 달콤한 인생이지? 우리말 제목을 영어로 번역한 것일텐데 그냥 sweet life 하면‘뭔가 있어 보이지’않아서 인가? 이런 저런 고민 후에 나는 달고 쓴것에 대해서 몇가지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짜다’의 반대말은 ‘싱겁다(짜지 않다)’이다. 그러나 ‘달다’의 반대말은 ‘달지않다’가 아닌 ‘쓰다’라는 사실을 기억해 보자. 1. 쓴 경험을 잊기 위해 달콤함이 필요하다. 개처럼 일하고 끊임없이 긴장하고 폭력적인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 씁쓸함. 선우(이병헌)는 그것을 잊기 위해 달콤함을 필요로 한다. 선우(이병헌)의 삶속에서 달콤함은 호텔안에서의 No2 지위와 경제적인 보상 그리고 무엇보다 강력한 마취제는 보스의 절대적인 신뢰. 한편 보스에게 지독한 씁쓸함을 잊기 위한 달콤함은 희수(신민아)를 소유하는 것이다. 2. 달콤함이 강할 수록 쓴맛도 강하게 느껴진다. 영화 내내‘돌이킬 수 없다.’는 대사가 반복된다. 영화속 주인공들은 극도의 감정을 오가며 수습할 수 없는 선을 넘어버린다. 이미 깊은 달콤함을 보았다면 중도는 없다. 복종 아니면 살인, 소유 아니면 파괴로 나타나게 된다. 보스(김영철)는 달콤함을 빼앗긴 것을 상상만 해도 깊은 쓴맛을 느끼게 되었고, 자신의 밑에 있던 조직원들에게 손목이 부러지며 모욕을 당할 때 선우(이병헌)의 분노의 눈빛은 ‘복수하기 위해’ 살아야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3. 아니, 어쩌면 항상 달콤함과 씁쓸함은 공존한다.
4. 한사람에게 달콤함은 다른 사람에게 씁쓸함이 될 수 있다. 놀라운 사실은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던 그렇다는 사실이며,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는 그것을 (어쩌면 의도적으로)잊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난 그저 나의 달콤함을 찾으려는 것 뿐이야’라고 외치며.. 이것이 경쟁 사회의 기본 원칙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단순 명료 하고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주먹세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선우(이병헌)이 넘버2이면 문석(김뢰하)는 넘버3일 수밖에.. 선우가 (의도하지 않은)달콤함을 잠시 맛보았을 때 보스(김영철)은 깊은 씁쓸함을 맛보게 된다.
단맛에 대한 동경, 쓴맛에 대한 두려움으로 우리는 움직이게 된다. 영화속 사람들의 모든 행동을 단순화 시켜 보면 사실 위의 두 가지 동기로 모두 이해 가능하다. 6. 단맛 쓴맛은 예측 불가능하다. 우리 모두는 달콤함을 원한다. 선우(이병헌)는 초콜릿 케익과 에스프레소에 넣는 각설탕을 좋아한다. 이런 ‘선택’이 아닌 뜻하지 않은 강력한 달콤함을 만나게 될 때도 있다. 사랑. 가장 통제 불가능한 변수는 ‘사랑’이다. 선우(이병헌)는 희수(신민아)에게 사랑을 느낀 것이다. 첫눈에.. 아마 무의식적인 무엇인가를 건드린 것이겠지(옛 애인의 어깨선? 옛 애인의 젖은 머릿결이 생각났든지).. 어쨌든 희수(신민아)에게는 해결사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다가가고 싶었다.
김지운 감독에게 말하고 싶다. 우린 이미 인생의 쓴맛은 알고 있다구! What a bitter life!
하지만 잘만들어진 느와르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완벽한 복수를 했음에도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못함은 총을 쏘는자나 총알을 맞은자 모두에게서 씁쓸한 인생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단맛,쓴맛의 범위를 넘어선 ‘가혹한 인생’에 대한 분노를 목도했고 공감되었기 때문일지도... 이 영화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내 삶속에서 작은 달콤함이 허락됨을 감사하게 되며 생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bittersweet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이후의 이야기는 스포일러성이 될 수 있음을 경고.
에릭... 생뚱맞은 결말에 대해 말이 많다. 필요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비현실적인 애릭이 나왔기 때문에 영화 중반 이후로는 선우의 꿈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숨쉬는 인생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아무 상관없는 사람과 관계가 맺어져 삶의 마지막에 증인이 되게 된다고... (뭐 흥행률을 높이기 위해 애릭을 카메오로 배치한 것이 아니라면.) 그림자 복싱장면은 감독이 비중있게 의미를 담았다고 하는데 사실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달콤함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들로 보았다. 더 큰 달콤함을 잃지 않기 위해, 혹은 더 큰 씁쓸함을 맛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지금 작은 씁쓸함을 선택하는 것. 선우(이병헌)는 그러한 노력들을 통해 나름대로 훗날 가능한 씁쓸함을 극복했고 정리되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과 상관없이 씁쓸함은 다가온다. 경고) 과장 약간 보태서 전쟁영화만큼 사람이 죽는 느와르 영화, 영화를 보면서 달콤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보지 말 것, 단 달콤함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추천. 이병헌이 불사신처럼 나온다 하여도 분노하지 말자, 금방 죽었으면 일본에 320만 달러나 주고 팔렸겠는가? ^^ 교훈) 전화는 그때 그때 바로 하자. 낯선이가 명함 주며 자신을 실장이라고 소개 할 때 다시보자. |
'bittersweet'에 해당되는 글 1건
- 2007/08/15 달콤한 인생을 본 후 ... 달고 쓴 것에 대한 6가지 단상
달콤함이 강했기에 씁쓸함이 있다거나, 씁쓸함을 없애기 위해 달콤함을 만들어낸다는 주장은 닭과 계란에 대한 논쟁만큼 모호하다. 빛과 어두움은 공존할 수 없으되 흰색과 검은색은 회색으로 공존 할 수 있다. 달콤함과 씁쓸함의 스펙터클 속에서 사람들은 달콤함을 향해 혹은,그리고 씁쓸함을 반해 달려간다. 문제는 그 결과에 통제불능의 변수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5. 단맛과 쓴맛 모두 인생을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