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라는 것을 알게 되면 사람들이 꼭 물어보는 질문가운데 하나는 '최면'에 대한 것이다.

뭐, 사실 스스로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4년의 수련과정 중에 최면에 대해 깊게 배우기는 어렵다.
그래서 항상 제대로 대답을 못하고 '~지 않을까?'식의 대답만 해왔다.

설기문 씨의 최면의 세계라는 책을 읽던 중 최면에 대해 잘 정의된 부분이 있어 옮겨 본다.

"최면상태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로, 최면이란 암시가 강력하게 작용하는 마음의 상태, 즉 피암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최면이란 일상적인 상황에서 보다 암시가 더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를 의미한다. 최면에서는 비판적이며 분석적인 마음의 작용은 줄어들고 반대로 집중성이 높아지면서 특정한 주제에 대한 각성 정도가 더 높아지게 된다.


둘째로 최면은 몸과 마음이 최대로 이완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하루 중에서 몸과 마음이 가장 크게 이완된 상태가 바로 잠잘 때라고 할 수 있다. 잠잘 때는 의식도 같이 잠이 든다. 그러나 최면에서는 잠들기 직전의 상태처럼 의식은 깨어있으면서도 몸과 마음이 최대로 이완된 상태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 집중이 잘 될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최면이라는 단어에서는 잠을 의미하는 '면'자가 들어가 있으며 최면을 의미하는 영어 'hypnosis'란 단어도 잠을 의미하는 말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이처럼 최면이 잠과 관련되지만 최면상태가 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의식은 깨어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실 사람들이 최면에 대해서 가장 크게 오해하는 것 증의 하나가 바로 이점이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면에 걸리면 의식은 없어지기 때문에 최면중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또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자신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최면은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로 영화를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세상에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로 영화를 볼 사람이 없듯이 마무것도 모르는 가운데 최면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 다시 말해 최면상태라 하더라도 의식은 깨어있기 때문에 마치 사람들이 영화관에서 옆 사람과 얘기를 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듯이 최면상태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주변상황을 의식할 수 있다.


셋째최면은 고도의 집중상태이다. 이미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사람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무의식중의 트랜스(trance) 상태를 많이 경험하지만 그것이 최면상태와 유사하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예를 들면, 어떤 일에 집중하거나 몰두할 때 우리는 옆에서 누가 말을 걸어오거나 심지어 전화밸이 울려도 알지를 못한다. 이는 바로 최면과 같은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집중상태에서 어떤 일을 한다면 아주 효과적이고도 능률적으로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면은 믿음의 상태이다. 어린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울면 할머니는 아이의 배를 쓰다듬으면서 곧 나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는 할머니의 따뜻한 손을 통해서 사랑을 느끼고 그 손이 자기를 낫게 해줄 것이라고 믿으면서 이완을 경험하는 가운데 곧 통증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하게 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흔히 있을 수 있는 이런 경험들은 따지고 보면 최면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짜약이라도 그 약을 먹으면 낫는다고 믿을 때 치료의 효과를 발휘하는 '위약효과(placebo effect)'의 경우에도 믿음에 근거한 최면의 효과가 작용한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최면은 곧 믿음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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