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소설 '뇌'에는 융의 이론이 많이 녹아 있는 것 같다. 집요하게 신화를 차용하는 면도 그러하고 무의식이 그 자신을 실현해 가는 듯 하는 그 내용 또한 그러하다. 남자 주인공 이지도르 커첸버그는 아니마(anima)가 강하고 여자 주인공 뤼크레스 램도르는 아니무스(animus)가 강하다.
그러나 '뇌'는 '개미'만큼의 강한 충격을 주지는 못한다. 인간을 움직이는 동기를 찾아가는 거대한 여행은 두 주인공이 모험중에 하나씩 노트에 정리해 가기에는 너무 거대한 주제이다. 컴퓨터와 인간의 대결을 말하다가 인간의 욕구와 쾌락에 대한 철학적 성찰까지 담아가려다 보니 무리한 설정을 하게 되고 이야기 전개도 껄끄럽다.
그 스스로 답을 얻지 못하고 수많은 질문들만을 손에 쥔 채로 좀 버거워 하는 느낌마져 든다.
혹은 강한 '동기'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