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큰 영화였다. 워낙 '드라마'  영화를 좋아하는데다가, 실화 (배형진 군)을 바탕으로 그려낸 영화이기에 ...

세렌디피티(serendipity)란 뜻밖의 발견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월폴의 ‘세렌디프의 세 왕자’라는 소설에서 나온 말로서,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뜻밖의 행운을 찾아낸 데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세렌디피티 초원과 그 속에서 뛰어노는 얼룩말을 좋아하는 초원이에게 어머니는 '달릴 수 있는 능력'을 발견한다.
Bravo her serendipity!

태어나자 마자 뛸 수 있는 얼룩말은 초원이와는 다르게 '살아남는 법'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는 전적으로 무력하다.


세렌디피티 초원보다 더 심한 경쟁과 약육강식이 적용되는 사회속에서 살아 남게 하기 위해서 엄마는 어떤 것이라도 느끼고 성취하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달리기를 통하여 초원이의 장애를 극복하고자 하는 엄마의 노력이 마라톤처럼 펼쳐진다.

'그렇게 달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내가 미쳐  버릴 것 같았다'는 엄마의 독백에서 내 욕심으로 아들에게 힘든 달리기를 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엄마의 고민도 읽을 수 있었다.
 
감점을 나누고 싶고, 대화하고 소통하고 싶은게 인간의 마음인데. 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 수 없다면, 그 절망속에서 무엇이라도 잡기를 원하는 엄마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으랴.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 초원이 몸매는 끝내줘요~ '영화가 끝날 때 쯤이면 누구나 그 말에 진심으로 동의하게 된다. 아니, 그보다는 초원이의 다리나 몸매, 이상한 말투와 행동이 아닌 어느정도 그의 삶을 보게 만들어 준다.

비는 이 영화에서 중요한 모티브 같다. 영화의 시작은 빗 속에서 초원을 교육시키는 엄마(김미숙)로 시작되며, 초원이 코치(이기영)에게 자신의 뛰는 심장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빗 속에서이다. 마라톤 레이스 후반부에서도 빗줄기를 맞으며 스파트를 한다. 비는 이 영화에서 어떤 의미인가?

비는 엄마가 세상을 가르쳐주기 위한, 몸으로 체험하고 느끼게 해 주는 첫 번째 자연현상이다. 그것이 안타까움의 비, 절망의 비였다면 비 오는 운동장에서 코치가 “이런 날은 뛰는게 좋지?”하고 말하고 초원이 응할 때는 소통의 비가 된다. 엄마가 아플 때, 병원에서 창 밖 비를 손으로 느끼며 “비가 주룩주룩 내려요”라고 할 때는 슬픔의 비가 되고 마지막에 비를 맞으며 뛰게 될 때는 세상과 소통하면서 느끼게 되는 기쁨의 비가 된다. (정윤철 감독 nkino 정영권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영화를 보면서 발견한 또 하나의 중요한 모티브는 '엄마와 잡은 손' 이다.
초원이는 엄마와 잡은 손을 세번 놓게 되는데
첫번째는 동물원에서의 엄마의 포기로 인한 헤어짐이다.
두번째는 지하철 역에서 사회적 편견과 현실적 여건으로 인한 헤어짐이다. 엄마의 노력에 한계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번째는 환자가 어머니로 부터 독립하며 진정 자신의 기쁨을 찾아 나아가는 헤어짐이다.
엄마에 의해 뛰기 시작했지만 더 이상 엄마를 위해서 뛰지는 않는다.
결국, 진정으로 자신의 가슴을 뛰게하는 설레이는 일을 발견한 것이다. (어쩌면 평범하게 성장했다면 찾지 못하고 소중함을 알지 못했을 ...)
재능과 장점을 발견하고 키워 주는 것은 부모의 몫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참으로 나의 힘과 재능이 되는 순간이 그러한 발견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는 것은 나의 생활 속에서도 흔한일 아닌가?)

달리기는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적인 트레이닝과 달리는 법도 필요하지만..)
단순한 운동이지만 영화속 코치의 대사처럼 누구나 달리는데는 '이유'가 있다.  1등과 금메달을 위해 달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달리기도 한다.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가장 의미있는 것은 초원이처럼 달리면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복잡하고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열심히 살아가지만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왜? 무엇을 위해서? 를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42.195 Km 를 뛰고 그것을 3시간 안에 뛰어낸 것도 큰 열매이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 초원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아닐까?

자폐장애(autistic disorder)는  사회적인 상호 관계와 교류에 장애가 있다.
의사소통과 언어 발잘의 장애, 행동의 장애가 나타나며 활동과 흥미의 영역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  자폐증을 보이는 소아는 10,000명당 20명이니 희귀한 질환은 아닌 셈이다.
자폐아가 성인이 되면 약 1~2%만 직업을 가져 자립된 생활이 가능하다고 한다.
특수 교육을 받은 자폐아는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자폐장애를 완치시킬 수 있는 약물이나 특수 치료는 아직 없다. 치료의 목표는 행동장애를 감소시키고,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발달이 좀더 진전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교육과 행동치료가 가장 적절하다고 알려져 있다.

배형진 군의 최근 소식을 신문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악기를 제작하는 공장에 취직하는 새로운 도전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고 한다.
첫월급으로 부모님과 동생들에게 용돈도 주고 ...
진정한 행복을 찾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부모님과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형진군에게 박수를 보낸다.
(옆에 사진은 배형진 군과 어머니 박미경씨의 사진)

  영화 중 마지막 달리는 장면을 통해 이제껏 자신의 모든 상처들이 치유되고 용서하는 아름다운 환타지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이 영화가 마라톤에 대한 매력이나 사람들의 마음에 작은 감동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폐증을 앓는 가족들의 애환과 그들에게 사회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마음에 깊이 남기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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